슬픈 날엔 샴페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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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 밸리에서 떠나는 와인 여행


서구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품인 와인! 와인은 서양에서는 어떤 자리에나 잘 어울리고, 식사 때마다 늘 오르는 일상적인 음료지만 우리에게는 많이 낯선 술이었다. 하지만 십여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대중화되어 지금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술은 단연 소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은 소주나 막걸리, 맥주와는 달리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물어봤을 때 대개 치즈나 따뜻한 벽난로, 은은한 조명,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파티, 데이트, 축하 등 긍정적이고 화려하며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의 것들이라는 대답이 나온다. 소주나 막걸리, 맥주를 떠올렸을 때와는 다른 반응들이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술 문화에는 ‘삼겹살에 소주’, ‘막걸리에 파전’, ‘맥주에 치킨’이라는 공식이 있다. 그 공식에 따르는 느낌도 소박함, 친근함, 수다스러움, 정겨움, 왁자지껄함 같은 서민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와인은 다르다. 왠지 비쌀 것 같고, 마실 때도 눈을 지그시 감고 코로 향을 맡으며 얌전하고 고상한 자세와 태도로 마셔야 할 것 같다. 벌컥벌컥 들이키거나 “카!” 하는 감탄사를 내뱉어야 제 맛이 나는 것 같은 다른 술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런데 특별하다는 것은 함부로 여겨지지 않고 귀하게 여겨진다는 뜻도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쉽고 편하지 않으며 어렵거나 잘 모르는 것이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원료나 제조 과정이 다른 소주는 차치하고라도 맥주나 막걸리도 와인처럼 자연에서 난 재료를 발효시켜서 만드는 똑같은 알코올음료인데도 왜 유독 와인에 대해서만은 특별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일까? 과연 와인은 세련되고 고상하며 고급스러운 특별한 술일까?

저자 정지현은 미국의 유명한 와인 산지인 나파 밸리 근처에서 무려 40년을 거주해오면서 여러 지면을 통해 연재해온 와인에 관한 글을 모아 이 책에 담았다. 지금도 국내 여러 곳에서 와인과 테마여행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이너리들과 미국 서부 대륙을 가이드하고 있는 작가가 들려주는 와인 이야기를 듣노라면 한 잔의 와인이 만들어주는 낭만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에 절로 젖어들게 된다. 

이 책에는 가장 대중적인 알코올음료인 와인의 주재료인 포도의 종류와 산지, 제조 과정이나 특징, 좋은 와인의 조건과 와인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그리고 와인이 우리에게 선물해주는 사랑과 행복, 삶에 대한 관조 등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덕분에 와인이 언제 어디서나 어떤 자리에서도 즐길 수 있는 친근하고 편안하며 멋진 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 장 <질문> 부분에서는 보관법이나 즐기는 법, 독특한 용어 설명 등 와인에 대한 궁금증을 자세하게 풀어줌으로써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정보 가득한 지식백과 책들과는 달리 와인 한 잔을 핑계 삼아 삶의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떠올리는 명상의 시간으로 이끄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와인은 혼자서, 둘이서, 여럿이서, 그리고 모두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어떤 자리에서 누구와도 즐길 수 있는 술이다. 혼자 조용히 음미할 수도 있고, 두 사람이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기면서 잔을 부딪칠 수도 있고, 따뜻하고 소박한 식사자리에서 즐기는 것은 물론이고, 왁자지껄한 파티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술이다. 멀리 나파 밸리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와인 이야기를 통해 어렵게만 느껴지는 와인이 더욱 친근하고 재미있고 만남의 자리를 풍성하게 해주는 멋진 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내친 김에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축하의 자리에나 위로의 자리에 나와 함께할 마음에 드는 와인 하나를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 


꽃은 꽃이 아닌 것들로 이루어져 있듯 와인도 그렇다. 
와인 한 잔을 깊게 들여다보면 
그것은 햇빛과 흙과 물과 바람과 이국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와 
참나무통의 부드러운 접촉 같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곧 와인이 아닌 다른 성분들을 마신다는 것이다.